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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담 및 심리치료 책 한줄

심보선 - 삼십대

by 보리콜 2020. 8. 6.

심보선 - 삼십대

 

나 다 자랐다. 삼십대,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,

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,

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뿐, 뭐 하고 사니,

산책은 나의 종교, 하품은 나의 기도문,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,

공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, 평화로웠으나,

삼십대,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,

비행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,

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, 꿈속에, 니가 나타났다,

다음 날 꿈에도, 같은 자리에 니가 서 있었다,

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(제발 날아가지 마),

삼십대, 다 자랐는데 왜 사나,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, 여전히 아픈가,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,

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, 누군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, 한 계절 따뜻하리,

음악을 고르고, 차를 끓이고, 책장을 넘기고, 화분에 물을 주고,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, 뭐, 그렇다 치자,

창밖, 가을비 내린다,

삼십대, 나 흐르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, 사는 둥, 마는 둥, 살아간다

(청춘을 껌처럼 씹고 버렸다는 표현이 너무 좋다...)

 

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감성에 젖어본다. 

아침에 커피 한잔과 시 한편.. 

하루의 시작을 낭만있게~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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